만화이야기

[에반게리온 디카포] 안녕...지금까지의 모든 에반게리온.

Tabris4547 2022. 10. 20.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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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 대한 스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티켓인증.
영화 나오고 집에서 다운받아서 보고
엊그제 극장가서 한 번 더 봤습니다.
4DX로 봐서 연출에 대한 몰입감이 더 뛰어났습니다.

일본 만화 3대작이 뭔지 아시나요?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
에반게리온
이 세 작품입니다.
왜 많고 많은 작품들 중 이 세개냐?
이 작품들이 그저 잘만든 작품을 넘어서
일본 애니를 넘어서
사회전반의 흐름마저 바꿔버린
엄청난 대작이기 때문이죠.
그 중 에반게리온은 1995년 당시에
엄청난 파장을 불었고
구판TVA는 나온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명작으로 칭송될 정도.

에바를 만든 안도 히데아키.
에반게리온이라는 최고의 걸작을 냈지만
반대로 에바의 주박에 묶였습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화려한 꽃에는
벌레들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TVA결말을 냈더니
"이게 무슨 날먹엔딩이냐?"
라면서 살해협박까지 받았고
극장판 엔드오브에반게리온을 냈더니
"이런 잔인한 엔딩이 맞냐?정신병자냐?"
라는 말을 또 들었죠.
아마 안노에게는
'이렇게 해도 지2랄. 저렇게 해도 지2랄.
뭐 어쩌라는 거야'
라는 기분이었겠죠?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들기 시작한 신 극장판.
그리고 이제는 에반게리온을 떠나보낸다는 의미로
26년만에 진정한 완결을 냈습니다.

신지의 성장

작품 초반, 신지는 암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엔드오브에반게리온 도입부처럼
'나 아무것도 안할래'마인드.
15년전(에바 파 마지막 부분)에
니어 서드 임팩트의 트리거가 되버린 신지.
그걸 되돌릴려고 카오루랑 힘을 합쳤는데
아버지의 계략으로 포스임팩트가 발동.
결국 또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놓여지고
자신의 절친이었던 카오루의 희생으로 막은 상황.
신지는 이제 뭘 하기 두려워집니다.
'내가 뭘 하게 되면 민폐만 될 뿐이야'
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았습니다.
15년만에 친구들을 만났지만,
심지어 친구들이
'와~~신지 아니야?'하면서 반갑게 맞이했지만
신지는 묵묵부답입니다.

신지의 마음이 조금씩 연 건
로트 레이 덕분.
신지는 자기때문에 이 세상이 부셔졌는데
왜 자기를 친절하게 대해주냐면서
난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왜 이러냐고 하소연합니다.
로트 레이는 '신지군을 모두 좋아하니깐'
이라는 간단한 답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친해지기 위한 주문으로 악수를 청하죠.
마냥 마음을 닫던 신지도 조금씩 변합니다.

멘탈을 잡고 일하기 시작하는 신지.
예전에 같은 반 친구였던
켄스케,토지와 일하면서
조금씩 멘탈이 회복되어갑니다.
그리고 미사토와 카지의 아들인
카지 료지를 만나면서
니어 서드 임팩트로 괴로운 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꺠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주던
로트 레이의 마지막 인사로
제대로 정신차린 신지.
(이 장면보고 처음에 울컥.
이건 아니지...)

그렇게 신지는 결심합니다.
마을에 남는 것이 아닌
아버지와 직접 마주하더라도
싸우는 걸 선택한 신지.

하지만 철저하게 임팩트를 계획한 겐도.
겐도의 고도화된 설계에
꼼짝없이 당하는 빌레.

신지는 당당하게 아버지와 맞설 생각입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뒷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신지.

하지만 신지가 또 에바에 탄다면
재앙이 닥친다고 생각한 빌레 크루들.
미사토는 직접 몸으로 총을 대신 맞으면서
신지의 보호자로써 책임집니다.
15년전의 니어 서드가 일어났지만
신지가 없었더라면 모두 멸망했을거라고,
그리고 니어 서드의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면서
자신이 신지의 책임자임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신지의 결정을 응원하면서
신지의 짐을 덜어주는 미사토.

그리고 마이너스 우주에서 펼쳐지는
초호기vs 13호기.
아니, 부자지간의 혈투.

에반게리온에서 자유로워지다

기억의 세계로 구성된 마이너스 우주에서 싸우는 두 사람.
하지만 결판이 나질 않습니다.
신지는 이 싸움은 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꺠닫고
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광기가득한 인류보완계획을 벌이려는지
신지는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보죠.

아버지와 드디어 대화한 신지.
어릴적부터 혼자가 편했던 겐도.
타인과 어울리기 싫었던 겐도.
하지만 유이를 만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유이를 만나고 살아있음을 느낀 겐도.
하지만 유이가 에반게리온 초호기 실험 중 사라지자
겐도는 말할 수 없는 상실감에 빠집니다.
자신이 나약해서 유이를 못지켰다는 자책감.
그래서 유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인류보완계획을 설계했고
그저 유이품에서 다시 울기위해
이런 광기어린 계획을 벌인 것이죠.

겐도의 대화를 마치고
미사토로부터 새로운 창을 건내 받은 신지.

그동안 아이를 보기 무서운 마음때문에
신지에게서 도망쳤던 겐도.
인제야 제대로 신지를 바라보자
그 안에 있는 유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이 임팩트의 중심이 된 신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카오루가 물어봅니다.
신지는 '모두를 구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카오루는 신지아
상상이 아닌 현실의 속에서
마음이 일어서 있음을 깨닫고
신지가 원하는 데로 임팩트를 진행해줍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카오루와의 이별장면.
카오루가 구판부터 신지를 행복하게 만드는 역할이었는데
얘도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었구나 깨달았던 장면)

그렇게 모든 사람들과 이별을 마치고
신지는 상상속의 고독한 공간이 아닌
현실세계로 되돌아가는 임팩트를 진행합니다.

안녕...모든 에반게리온.

그렇게 모든 에반게리온들이 다 없어져나갑니다.

새로운 세상에 살아가는 신지.
마지막엔 마리가 직접
신지 목에 있는 DSS초커를 해체하면서
신지가 진정으로 에바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저는 이 장면이 신지를 넘어서
안노 자신도
'나 이제 에바에서 졸업이다'
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좋든 싫든 간에
26년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에바로부터
진정한 졸업을 선언.

현실을 살아라

이 작품의 후반부는
만화보다는 현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임팩트가 다 끝나가면서
애니메이션의 작화가 아닌
점점 애니 효과를 입히기 전의
현실세계의 그림으로 바뀌어갑니다.
그러더니 결말부에는 아예
실제 도시 전경을 보여주고 끝맺습니다.

결말의 주제의식이
구판의 주제의식과 거의 같습니다.
구판의 찐 결말이라고 불리는 엔드오브에바를 보면
서드 임팩트 부분에 갑자기 객석을 비춰주는 연출이 나오면서
현실 세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신지가 보완을 다시 리셋시키면서
현실세계로 살고싶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날림 결말'이라고 욕먹는
TVA결말부터 있었습니다.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살았던 신지가
드디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난 여기 있어도 좋아!'를 외치자
모든 등장인물들한테 축하받는
오메데토 엔딩으로 끝납니다.
결국 안노는 26년동안 에반게리온으로
'제발 너가 만든 상상속 세상에만 살지말고
현실의 세상에 살아라!'
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말인데
그걸 26년동안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고
누구나 아는 말이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말이지만
누구나 쉽게 실천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vNp0FonsAU

요즘에 사람들을 보면
'내 세상을 이해해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을 하지 않지만
듣다보면 '날 좀 위로해줘'라는 말로 해석이 됩니다.
'나 힘들어' ' 나 우울해'
아 많이 힘들구나.
그래서 뭐하는데?
아무것도 안해.
음...아 힘들니깐 그럴 수 있지.
그래. 휴식도 필요하지.
라고 생각하고 또 만나면
힘들다 우울하다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내 인생이 가장 불행하다.
니가 내 삶을 아냐.
(그래서 본인 삶을 이야기해달라하면
귀신같이 또 말 안함)
이런 말만 연거푸 말하는 사람들도 만나봤습니다.

요즘 서점을 가면
가장 눈에 잘보이는 곳에
'감성팔이 책'들이 많습니다.
"죽고 싶지만"
"눕고 싶지만"
"오늘도 수고한"
"세상이"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양산형 책들.
왜 서점에 고전명서는 제고가 없다하는데
이런 양산형들만 많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건
'눈앞의 현실은 해결하기 싫지만
당장의 위로는 받고 싶어'
같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아닐까 였습니다.
사람이 힘들면 누구나 위로받고 싶습니다.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은 없고
누구나 감당하기 힘든 절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나 이 글을 쓰는 시점기준으로
최근에도 있었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법 오래 방황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차리게 된 게
'이런다고 뭐 달라지나? 다시는 그런 일 없게 바뀌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현실의 저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신지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방황하다가
결국 내가 저지른 일들 내가 책임진다는 마인드로
현실로 나아가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은 거 같았어요.
특히나 요새는
'공감'이라는 위선으로 포장되어
'따뜻한'말인 척 하는 말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위로'라고 표장되면서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깨시민'
'진정한 멘토'라고 칭송받는 시대가 되는 거 같아요.
안노는 그런 사람들에게 26년간 꾸준하게
'제발 너의 세계에만 있지말고
현실을 봐라!'
라고 외친 게 아닐까요?

안노는 이 디카포를 통해
진짜로 에반게리온과 이별했습니다.
이 작품을 보는 우리들은
에반게리온을 보내줄까요
아니면 계속 집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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