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 시국에 대기업을 퇴사한 이유

생각 및 일상

by Tabris4547 2022. 5. 22. 22:13

본문

728x90

(이 글에는 제 개인적인 주관이 많습니다.
회사에 대한 평가는 부서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단지 제 시각에서 회사를 바라본 것이므로
적절하게 걸러들으시길 부탁드립니다.)

5월 19일.
마지막 근무를 끝으로
퇴사했습니다.
2021년 10월 12일부터 근무했으니
약 7개월의 시간입니다.
아마 사진을 보자마자
놀라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대기업인데 퇴사했다고??"
"저렇게 좋은 곳을 왜 지발로 나가??"
"1년도 안하고 나간다고??배가 불렀구나"
"저 자리...내가 들어가도 될까?"
이런 반응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엘지디스플레이는
제가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취준할때부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같은 제조쪽은 비선호였습니다.
특히나 엘지디에 대한
악평을 익히 들었던 지라
합격해도 영 좋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입사하지 않고 다른 곳 준비할까 생각도 진지하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1. 집이랑 가깝다는 현실적인 이유
(회사 셔틀버스타면
집에서 회사까지 30분 컷)
2. 그래도 나름 대기업이니깐.
3. 정규직으로 회사경험하는 게
인턴이랑은 차원이 다르니깐.
(3은 정말 팩트입니다.
정규직 1년 미만>>>>>>인턴 n회 n년차입니다.
이 말은 인턴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인턴도 회사의 생활을 경험할 수 있으며
아무것도 없는 무경력보다는 당연히 좋습니다.
하지만 인턴은 어디까지나 인턴.
채용연계형이라고 할지라도
인턴은 인턴.
회사입장에서는 신입사원과 인턴이 있다면
그래도 나중에 계속 회사를 오래 다닐 가능성이 있는
신입사원한테 작더라도 책임감있는 일을 시킵니다.
또, 신압사원이라고 해도,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면
큰 일은 잘 안하는 편.
그러니 인턴은 정말 사소한 일, 잡일중의 잡일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이 이렇게 되다보니,
회사면접때 '인턴시절에 A회사에서 아이디어 내서 매출을 올렸다'같은 게
그닥 신빙성이 없는 말입니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면접관이 한마디하면 끝납니다.
'그렇게 잘하셨는데, 정규직 제의는 안 왔나봐요?')

그렇게 계속 다니면서
회사랑 저랑 안맞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는 엔지니어로 입사했는데,
엔지니어 일이 저랑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우선 설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설비 구동을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그러니 현장의 테크니션들과 소통하는 데 에로사항이 있어서
계속 밑빠진 독에 물붙는 격이었죠.
그나마도, 팀에 사람이 없어서
이 파트 저 파트 이리저리 맡게 되면서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정신적으로 지쳐만 갔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다 힘들지.
저거 저거 엄살이 심하네.
끈기라는 게 없나?"
물론 이렇게 반응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저도 1년정도는 끈기있게 다닐 생각, 왜 안 하겠나요?
그런데, 그렇게 버티고 나왔을 때
스스로 얻는 게 얼마 없다면??
'대기업인데 경력 인정 잘해주지'
흠...과연?

'우리 회사 3년 경력버리고
삼성 신입으로 들어간다'

(10년차 이상 분들의 대화 중
하이닉스 가고싶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같은 늙은이를 거기서 안쓰죠.
가더라도 3~4년차 애들쓰고
그마저도 신입으로 들어갈텐데'

'우리 회사는 거처가는 회사지.
다들 6개월하고 다른데로 가더라.
너도 그러겠네?'
(입사 2달에 처음 본 상사가 한 말)

결국에는 그 회사에 계속 있어야하는 데
제가 회사를 다니면서 저랑 맞지 않은게 많다보니
계속 있기가 싫어지는 거죠.

"그럼 회사다니면서 병행하면 되는데
쟤는 그런 방법은 모르나봐?"
당연히 했죠.
제가 '알고리즘 공부'라는 카테고리까지만들어서
코테공부를 했었는데.
퇴근하고 매일 2시간씩.
주말에는 4~5시간도 코테풀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삼성 코테 봤는데...
머리 박살 나면서 풀었는데
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아직 결과는 나오기 전이지만
마음속으로는 탈락이라고 생각하는 중)
병행해서 계속 잡아봤자 이런 상황만 연출이 된다면?

거기에 '해외출장'이 겹쳐있었습니다.
하반기부터 갈 예정인데,
해외출장을 가면 시험이고 면접이고 모두 불가능.
출장을 안가는 정당한 사유는
몸이 아프거나 집에 무슨 일이 나야하는데,
그걸 속이는 것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출장이 그것도 짧아야 한달.
길면 3달인데...
최악은 시험 면접준비 다 하고도
출장때문에 한 시즌 날리는 건데
이 날린 시간에 대해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습니다.

물론 최후의 수단으로
'직무변경'도 요청드렸습니다.
sw개발쪽을 희망한다고 팀장님께 말씀드렸죠.
운 좋게도, 팀장님이 좋으신 분이셔서
인사과쪽에 적극적으로 문의해주셨죠.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1. 해당 팀에서 받는걸 허락해야하는데,
'저기서 힘들다는 사람이 오면 여기는 적응가능?'
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려움
2. 나 한 사람 옮기면 다른 팀원들도
'저도 힘든데 나도 바꿔주세요'라는 식으로 가면
회사운영이 개판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 가서
'그 때 내가 어디 도전해볼껄.'
하면서 한탄만 하는
'껄무새'가 되기는 싫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서
쉽게 결정내리진 못했습니다.

'지금 빠르게 결정하는 것도 용기다.
오히려 지금 계획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나중에 더 후회 안할수도?'
팀장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제가 퇴사고민으로 심적으로 힘들 시기,
때마침 팀원 분기 면담이 있어서
팀장님이 부르시더니
'왜이렇게 안색이 안좋니'
라고 여쭤보셔서
고민을 훌훌 털어놨습니다.
그러더니 팀장님께서는 인생선배로서
저렇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난 솔직하게 말해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된다느니
어딜가도 똑같다느니
그런 말 하는 거 나도 싫고
너한테도 도움도 별로 안 될테니.'

그렇게 팀장님이
5/5부터 연휴기간이니
생각 잘 정리해서 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긴 연휴가 끝나고
5/9에 회사에 와서
이번달 근태기준일인 5/19까지 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도
결정을 존중해주신 팀장님꼐 감사했습니다.

퇴사하는 날 기분은...
마치 군대 전역하는 기분.
노트북이랑 모니터 반납하고나니
더 실감이 났습니다.


"야이씨~~부럽다 야.
그것도 젊으니깐 할 수 있는 거지.
나는 뭐 하고 싶어도 못하지."
퇴사하는 날, 사수가 했던 말.
그래. 이것도 젊으니깐 할 수 있는 거지.
그래.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많은 경험하자.
어쩌면 나중에 겪을 꺼, 지금 미리 겪었다 생각하자.
이렇게 좋은 마음 먹으니 마음이 훌훌해졌습니다.

퇴사가 무조건 옳은 답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계속 다니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답은 본인의 마음에 있습니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