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스토리를 짠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합니다.
아침드라마를 보면
진짜로 말도 안되는 전개로 이어지는
그런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건담 시리즈에서도
이런 막장으로 통하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건담 시드 데스티니입니다.
전작인 시드도
문제가 많은 작품이었지만
후속작인 데스티니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풀렸습니다.
전 작품인 시드가
21세기 퍼스트였다면
데스티니는
21세기 제타를 노렸습니다.
나름 제타를 리메이크해보려고는 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최악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브에 살던 신 아스카는
이전 전투(시드 스토리)에서
지구 군의 오브 침공으로
가족들을 잃습니다.
이 충격으로 신은
전쟁없는 평화를 꿈꿉니다.
그는 전쟁을 막기 위해 자프트에 입대합니다.
아마 지구 군에 대한 증오가 있고
신도 코디네이터이니
자프트에 입대한 게 아닐까 싶네요.
자프트의 에이스로 성장하는 신.
아머리 1 강탈부터
유니우스 7 낙하 저지 같은
여러 임무를 수행하다가
갑자기 퇴역한 아스란이
신형기를 타고
자신의 상관이라고 합류합니다.
신 입장에선 상당히 어이가 없습니다.
아스란이 이전 시대의 영웅이긴 했지만
갑자기 신형기를 타고 명령을 하니,
신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죠.
원래부터 상관한테
예의가 없는 걸로 유명한 신은
이런 철새 낙하산을
반길 수가 없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둘은 계속 임무를 수행하면서
서로 가까워집니다.
신의 첫 인상과 달리,
아스란의 능숙한 지휘에
점차 아스란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신이 성장합니다.
아스란도 초반에
신을 다루는 게 거칠었지만
점점 부드럽게 대하기 시작하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괜찮은 스토리 구성입니다.
제타에서 카미유와 샤아의 관계처럼,
둘이 갈등하고 해소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그런 이야기로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신과 아스란의 성장스토리.
이런 스토리는 키라가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키라는 카가리와 아크엔젤과 함께,
지구군과 미네르바의 싸움에 개입합니다.
전쟁을 멈추고 싶어서
개입을 합니다만...
시드 때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습니다.
지구군과 자프트가 극한으로까지
싸우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라크스가 중재를 나선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스티니에 와서는
이유가 불분명해졌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국가 원수
카가리가 등장하더니
전투를 중단하라고 하며,
이게 잘 풀리지 않자
양쪽 모두에게 공격을 합니다.
양군의 입장에선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수적 열세인 미네르바는
상황이 더 안 좋게 풀리고요.
데스티니하면 꼭 생각나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가 곱씹어 보면
이기적인 느낌입니다.
미네르바 역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미네르바도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있고
그래서 눈앞의 지구군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키라는 카가리를 핑계삼아,
자신들의 개입을 정당화합니다.
수많은 전장을 헤차가면서
수적 열세인 상태로 지구군과 싸우는 데,
그리고 지구군이 먼저 공격을 해오는 데
미네르바 입장에선
어이가 없게 들릴 대사입니다.
또한 오브 군도
오브 군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들이 왜 지구군을
도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브는 중립국이니깐
지구군을 도와서는 안 된다'
라는 논리만을 강요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말을 하필
카가리를 가장 아끼는 아스란한테 말하며
상대방 멘탈을 흔들어 놓습니다.
아스란도 멘탈이 좋았다면
'그럼 우리가 지키는 건!
그래서 미네르바는
격침되어야 한다는 거냐!
넌 언제나 착한 척하지만
실은 이기적이야!'
하면서 받아칠 수도 있었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프리덤의 등장으로 전개는
더욱더 혼란으로 치닫습니다.
베를린 시가지에서
디스트로이 건담에 타고 있던 스텔라가
프리덤에 죽자,
스텔라를 맘에 품고 있던 신은
복수심에 불타 프리덤을
쓰러트릴 계책을 세웁니다.
그리고 결국 프리덤을
격추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그 사건 이후에 방황하던 아스란은
결국 탈영하게 되고
신은 의장에게 받은
신형기 데스티니로 아스란을 격추합니다.
스텔라의 죽음,
아스란의 탈영으로
신의 멘탈은 상당히 흔들립니다.
연인의 죽음,
상관의 이해 못 할 행동으로
신은 방황합니다.
그럼에도 신은
자프트의 군인으로써 임무를 수행합니다.
결국 그 능력을 인정받아
듀란달 의장은 훈장도 수여합니다.
전쟁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장을 도와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는 신.
그러던 신은 오브 침공 때
멘탈이 박살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미 격추가 된 줄 알았던
프리덤이 다시 돌아옵니다.
이미 죽은 줄 알았던 프리덤이
다시 돌아와서 당황스럽지만
여기까진 신도 잘 상대합니다.
여기에 더 멘탈이 터지는 사람이 등장하니,
바로 죽은 줄 알았던 아스란!
아스란은 돌아오자마자
신에게 싸움의 의미를
깨달으라고 훈계합니다.
신은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짝에 있어야할 사람들이
갑자기 계속 등장하더니
나를 공격한다?
멘탈이 무너지기 쉬운 상황.
이렇게 흔들리는 신 주변에는
의장과 레이가 있었습니다.
의장은 데스티니 플랜을 실시하여
다툼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라는
허상을 심어주고
레이는 자신의 정체를 말하며
신을 세뇌합니다.
데스티니 플랜이란
극 중 묘사로 이야기하면
공산주의와 비슷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재능을 파악하고
각자 재능이 있는 곳에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분석하여
각자 알맞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렇게 하면 서로 능력대로 일을 할 수 있고
서로 다툼 없이 지낼 수 있다는 허상입니다.
주변에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신은
그대로 그들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단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결국 최종 결전에서
아스란의 훈계로 멘탈이 또 날아가고
결국 아스란한테 패배하게 됩니다.
결국 자프트군이 패배하면서 오열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적이었던
키라와 만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약속받고
만화가 끝납니다.
신 아스카의 중심으로 본
이 만화의 내용입니다.
전개가 상당히 혼란스럽지 않나요?
그 이유는 신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죠.
바로 '페이크 주인공'
이 만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은 키라 야마토이기 때문이죠.
후속에 전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제타의 아무로도 그런 케이스였죠.하지만 아무로는 딱 선을 지켰습니다.
아무로는 전작에선 주인공이었지만
제타에선 조력자 포지션에 머무릅니다.
위기의 순간에 카미유를 도와주면서
카미유에게 조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전작품에서 최강의 실력자답게,
전투에서 카미유의 부족한 부분을
완벽하게 커버합니다.
그렇다고 주인공의 선을
절대 넘지 않습니다.
'전 작품의 최강 파일럿,
현재는 주인공의 조력자'
이것이 아무로의 역할입니다.
탑승 기체도 건담이 아닌
양산형 릭디아스와
이를 개량한 디제에 탑승합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이
지구에만 한정이 되어있어서,
카미유가 우주에서 활약하는 동안에는
출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중심이
카미유한테 초점이 갈 수 있었고
아무로는 아무로만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키라는 등장부터
주인공의 선을 넘어버립니다.
이미 슈퍼 코디네이터로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데
여전히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프리덤을
그대로 가지고 등장합니다.
이런 전개속에서
신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프닝에서부터
키라의 탑승기가
주인공처럼 나오기 시작하고
신은 아스란과 대결구도로 만들면서
키라는 주인공의 라이벌이 아닌
'주인공'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미 오프닝 마지막에
가장 가운데에 키라가 등장하면서
'내가 진짜 주인공이다'
라고 말하고 있네요.
또 듀란달 의장이 공표한
데스티니 플랜을 저지하기위해 ,
자프트쪽이
다시 적이 되는 포지션이 됩니다.
이 시점에서부터
키라는 본격적으로
'데스티니 플랜을 막기 위한 영웅'
포지션을 맡게 됩니다.
마지막 듀란달과의 논쟁도
결국에는 키라와 듀란달의 싸움.
신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라리 마지막에
듀란달을 쏘고 괴로워하는 게
레이가 아닌 신이었다면,
신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각했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
아니면 아스란 자리에
신이 와 있었다면
신이 어느 정도
부각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신은 아예 자리에 있지도 않습니다.
또 키라는 마지막에
이런 멋진 말까지 날리며
신에게 같이 싸워나가자고 부탁까지 합니다.
이래저래 안습인 신...
그렇다면 과연 키라 일행은
제대로 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시드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딱히 방안이 없습니다.
듀란달의 데스티니 플랜을 반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키라와 라크스가
어떻게 미래를 바꿀지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자프트의 지도층이 바뀌었지만
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떤 것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도자만 바뀌었을 뿐.
듀란달의 계획은 저지했지만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전의 갈등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더 크고요.
무엇보다
코디네이터로가 중심인 이들이
과연 내추럴과 코디네이터
양쪽이 갈등이 줄어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데스티니는
이런 이야기 전개 부분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지나친 뱅크씬,
주변 인물들의 설정문제,
앞뒤가 안 맞는 설정 등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중심 이야기라도 잘 이어졌다면
이런 것들이 부족해도
어느 정도 덮을 수 있는데
이야기마저도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저 문제점들이
더욱 크게 부각이 되었습니다.
데스티니 역시도
상업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내었지만
막장드라마처럼
논란있는 스토리만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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