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고사만 보면 전국 1등은 그냥 껌먹듯이 나와서
학교 수업 같은 거 이제 시시하다.
인생의 낭비 그 자체다.
그래도 밖에 날씨가 좋은지 창문을 보려는데
이상한 검은 노트가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 누군가 장난으로 창밖에다가 버린 거 같다.
누가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죽음의 노트라고 써있다.
이렇게 정성들여서
노트 사용법까지 세세하게 정리한 걸 보면
이 녀석은 혼모노다.
집에와서 사용법을 대충 읽어보니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마음대로 그 사람의 죽음까지 조종할 수 있나보다.
테스트 겸 아무나 적어보려고 했는데
천재 소년의 두뇌를 빠르게 돌려본 결과
만에 하나 진짜라면 누구의 이름을 적을지가 참으로 곤란하다.
내 이름을 적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고
혹시나 여기에 이름 적힌 사람이 죽는다면
내가 그대로 살인범이 될 거 같다.
아무리봐도 장난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죽어도 싼 범죄자를 적는게 좋겠다 싶어
마침 TV에서 생중계되는 어떤 납치범의 이름을 적었다.
노트 설명대로
40초 뒤에 심장마비로 죽었다.
우연의 일치라지만 너무나 기분이 찜찜하다.
학원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양아치들이 젊은 여자를 추행하는 쓰레기짓을 벌이길래
죽음을 조종할 수 있다는 노트 사용법에 따라
양아치 한 명을 트럭으로 보내버렸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컸지만
일본 최고 고딩의 두뇌를 돌려보니깐
어처피 다 죽어도 싼 놈들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수업시간에
일본 최고의 두뇌를 또 돌려보니
암덩어리 같은 놈들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나하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간 심장마비로
뉴스에 나온 쓰레기들을 죽이고 다녔다.
그렇게 세상을 청소한 흔적을 쓱 보는데
나무나 기분이 짜릿해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환청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코스프레한 미친놈이 방안을 침입했다.
그대로 놀라서 자빠졌다.
경찰에 신고할까했는데
알고보니 노트의 원래 주인인 사신이라고 한다.
아까 분명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져나갔지만
두뇌를 빠르게 돌려보니
사신이라면 날 한 번에 저승으로 보낼 수 있어
안 놀란 척 연기한다.
사신이 노트를 버리든 구워먹든 내 알바아니지만
여튼 노트를 쓰면 죽어서 영 안 좋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너가 사신이라면 나는 그냥 신이 될 거라고,
나쁜 사람들을 모조리 심판하는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좀 과한 분장을 한 사신과 한 팀이 되어
같이 다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사신을 못 느끼는데
사신이 자꾸 학교에서 말을 걸어
밖에서는 차단을 박아줬다.
신천지의 신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 최고의 우등생이기 때문에
학업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무엇보다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면
갑자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게 뻔하다.
하지만 잘못하다가 걸리면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빠른 두뇌회전으로
이중 삼중 함정을 파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
세상을 청소하는 좋은 일을 했는데
벌써 나를 구세주라고 찬양하는 팬클럽이 생겼다.
이놈의 인기는 참.
기분 좋은 마음에
오늘도 정의로운 살인범이 되게해주세요 기도하며
TV를 틀었는데
전세계 생중계로 천재탐정이 중대발표를 한다.
세계 각국에서 범죄자들이 심장마비로 죽은 건
아마 누군가의 소행이라면서
천재 탐정이 날 잡겠다고 선전포고를 한다.
흥. 니가 어떻게 잡을건데.
탐정 녀석이 선전포고만 했으면 된 거지
이 구세주님께 선을 넘어버려서
생중계로 신성모독자를 처단해줬다.
그렇게 신성모독자를 보내고
신도들이 찬양할 생각에 웃음이 절로나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다 함정이었다.
알고보니 죽은 사람은
천재 탐정의 대역이었고
얼굴을 모르면 못 죽인다는 것,내가 일본 신주쿠에 산다는 것 등등이
그대로 노출이 되었다.
감히 일본 최고의 두뇌인
고노 와타시를 자극했어?
어른들도 함부로 못 대하는 고딩을 대했으니
전력으로 천재탐정을 조지기로 마음 먹는다.
경찰인 아버지가 들어오셨는데
요즘 일이 너무 힘드신가보다.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는 게 진정한 효자라고 생각해
아버지 컴퓨터를 훔쳐보면서
경찰이 지금 나를 쫒고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벌써 경찰이 범인이 학생일 수 있다고 의심하길래
범죄자 사망 시간을
내가 학교에 있는 시간으로 조정하고 눈을 돌렸다.
충분히 눈 속임했다 생각했는데
사신이 나를 감시하는 인간이 있다고 귀뜸해준다.
감히 이 신성한 구세주한테
직접 반기를 들다니, 괘심하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니깐 분하니깐 참을 수 밖에.
그러더니 사신이
맵핵마냥 사람의 이름을 볼 수 있는 눈을 주는 대신에
남은 수명의 절반을 달라고한다.
이 몸은 신세계의 신이 될 텐데
그렇게 수명이 줄어들만 구세주로 오래 못사니
단칼에 거절한다.
우선은 천재 탐정을 따돌리기 위해
이상한 다잉메세지로 시간낭비하게 만들어주고
마약범죄자 한 명의 사망을 조정하여
데이트도 하면서 나를 미행하는 경찰도 알아냈으니
정말 개꿀이다.
이제 노트 사용법도 어느정도 익혔으니
전에 만난 수사관을 불러내서
수사관이 동료들의 이름을 적어
동료들을 모두 죽게 만든다음
친절하게 동료들 곁으로 보내줬다.
사건의 파장이 컸는지,
아빠가 구세주를 쫒다가
자기도 언제 죽을 지 모른다고
가족들한테 마음의 준비를 하라 일러둔다.
만약 그 살인범이 아빠를 죽인다하면
내가 그 놈을 사형대로 보내겠다 립서비스해주고
아빠를 안심시켰다.
아빠 옷 심부름하러 경찰서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구세주 잡는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다 말한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은 거 같아
도를 아십니까 전법으로 어그로를 끌어주고
그 정보가 뭔지 캐내기로한다.
친절하게 내가 죽이기 쉽게
이름을 먼저 말해준다.
분명히 노트를 본 적도 없을텐데
노트의 사용법을 대략적으로 유추하는 걸 보아
예사롭지 않은 건 확실하다.
알고보니 내가 청소한
FBI수사관의 약혼녀였다.
약혼자가 죽어서 너무나도 슬프지만
그건 그거고
내가 위험한 건 다른 문제니
노트 쪼가리에 이름을 적고 보낼 준비를 했다.
이놈의 노트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여자가 멀쩡하다.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사신도 뭔가 이상하다.
알고보니 여자가 처음에 말한 건 가명이었다.
제 아무리 일본 최고 두뇌지만
이 상태에서 본명 캐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이와중에 사신이 계속 맵핵 장사한다.
안사요 안사!
이대로 가다간 여자가 천재탐정을 만나
아는 것만 불어도 위험할 거 같아
사실 내가 수사본부 맴버라고 입을 털면서,
살인범 잡는 수사가 워낙 기밀이라
외부에 얼굴을 알릴 수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알고보니 천재탐정과 일한 적 있는
FBI경력직 수사관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너 내 동료가 되라를 시전하고
본명을 캐냈다.
인간이지만 충분히 실력있는 거 같아
서비스로 내가 구세주라는 걸 말해주고
약혼자 곁으로 보내줬다
그렇게 신성모독자들을 전부 보낸 줄 알고
룰루랄라했는데
최고의 천재답게 방 안에 침입자 표시장치를 해둬서
경찰이 나를 도청하는 걸 알아냈다.
이제는 사생활 침해까지
진짜 이 놈도 어지간히 미친놈이다.
의심을 피하기위해
해피타임을 즐기면서
사신을 사과로 협박해
카메라 찾기를 시킨 뒤
감자칩에 몰래 소형TV를 숨겨두고
한 손에는 방적식을 풀고
한손으로는 범죄자 청소를 하면서
감자칩을 집어먹는다.
혼신의 연기덕에 미행이 풀려났다.
입학시험날이 되었지만
어처피 나는 전국 1등일텐데
시험을 볼 의미가 있을까하면서 시험장에 들어간다.
지구의 중력은 가볍구나 생각하고
시험이 시시해 죽고 싶어졌는데
뒤에 어떤 오타쿠가
나를 째려보는 거 같아
기분이 더럽다.
아무튼 대학생이 되고
수석 대표로 무대에 오르는데
전에 본 오타쿠도 수석이었다.
수석끼리 자웅을 겨누자는 줄 알았는데
구세주 사건에 꿀 정보를 준다한다.
아무리봐도 그냥 미친 놈 같이 생겨서
씹고 넘길까했는데
매몰차게 첫 만남에 사람을 개무시할 수 없으니
일단 들어준다.
자기가 천재탐정이라고 커밍아웃을 했다.
순간 내 시간만 타이무 스토프 했다.
단단히 정신 나간 놈 같지만
생각해보니 수석인데 뭔가 함정같다.
잘못하면 의심받을까봐
대충 고맙다고 얼버무렸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천재탐정을 생각하니
빡침이 제대로 올라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천재탐정과 친해지면서
누가 더 뛰어난지
제갈량과 사마의를 뛰어넘는
두뇌배틀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스토리 밀도가 워낙 탄탄해
3편에 걸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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