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인생에서 명저를 3개까지 꼽으라고한다면
그 안에 서양미술사를 꼽을 것입니다.
군 전역 후, 시간적 여유가 많던 시절에 처음 읽었던 책.
이후 예술에 대한 시야를 가지게 되었고
다시 읽으면서 한번 더 깨달음을 주는 책.
바로 서양 미술사입니다.
왜 우리는 미술을 이해해야하는가.
그 이유는 미술도
'인문학'의 일종이기 때문입니다.
미술은 작가가 화폭안에
자신의 세상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그게 작가의 머릿속의 상상일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사물을 바라보고 그린 걸 수도 있죠.
그래서 미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그 시대 정신도 함께 볼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미술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합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들은
'못 그린 작품'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벽화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은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뭔가 잘못 그린 거 같은데'
라는 느낌을 줄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학교 미술시간에 선생님께 내밀었다면
선생님의 극대노와 함께 교내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 겁니다.
이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딱딱하게 서있습니다.
게다가 얼굴도 한쪽면만 그렸어요.
표정도 무뚝뚝하고요.
대체 이 시대의 사람들은
왜 이런 작품을 남긴걸까요?
학교에서 순간의 색체를 표현했다는 인상주의 화풍.
이 작품들도 어떻게보면
'잘 그린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왜냐?
표현에 디테일함이 상당히 부족해보입니다.
언뜻보면 붓으로 휘갈긴 것 같은 느낌도 주네요.
실제로 인상주의 화풍은
그 당시 미술비평가들한테
'이딴게 그림이냐!'라는 악평도 받았답니다.
어떤 비평가는
'원근법도 제대로 안 지킨다'라며 욕하기도 했죠.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 까지 이들은 왜 이런 그림을 그린걸까?
이렇게 미술에 대한 해석이 차이가 나는 건
우리 모두 미술에 대한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보통 학교에서는 '르네상스'풍의 미술을 가르칩니다.
원근법,사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 등등.
물론 미술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이 좋을 수 있어요.
처음에 기초부터 다진다고 보면,
가장 기초인 사물에 대한 묘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너무 몰입하다보면
다른 작품들도 이 기준에 맞춰서 감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기준이 부합하는 작품들은
'못 그렸네'
'이해가 안 가네'
'이게 작품인가'
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그럼 이 색안경을 벗고
그 시대의 안경을 쓰고 볼까요?
아까 본 고대 이집트를 보겠습니다.
이집트는 저 양식이
수백년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이집트 미술작품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한
'균형과 조화'가 있었지요.
이집트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와 같은
사실적인 묘사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림이 벨런스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그러니 굳이 '디테일한 묘사'를 할 이유도 없었고
원근법을 활용할 이유도 없었죠.
이집트 시대의 파라오가 저 그림을 봤다면
'아주 훌륭한 작품이구만!'
하면서 감탄했을 지도 모르죠.
아까 봤던 인상주의를 살펴보겠습니다.
그 당시 미술에는
사실적 묘사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진'의 등장.
아무리 미술가가 디테일하게 묘사를 한들
순간 찰칵! 찍는 사진이 더 '사실적'이죠.
하지만 그 당시 사진은 흑백 사진.
대상의 색체를 표현하는 것은 하지 못했죠.
그러자 인상주의파들은 생각했습니다.
'사진이 순간적인 사물의 외형을 포착한다면
우리는 순간적인 빛을 그려넣으면 어떨까?'
사진과의 차별성을 두기위한 시도로
순간의 색체를 표현하기위해
원근법도 과감하게 무시했던 인상주의파.
인상주의 그림은 가까이서보면
????가 나오지만
멀리 떨어져볼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이유는
순간의 색체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죠.
만약 인상주의파들이
기존의 화풍에만 집착했다면
저런 명작들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
만약 오른쪽 모델이
왼쪽의 피카소 그림을 봤다면
'아으~~이게 뭐야! 징그러워!'하고 소리쳤을지도 모르죠.
피카소는 왜 저런 그림을 그렸을까요?
피카소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진으로 사물이나 사람을 보는 건
사진기가 바라보는 곳만이다.
그런데 이는 사물의 모든 걸 보여주지 못하니
본질을 담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다양한 각도에서 본 모습을 표현한다'
현대미술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를 시도해볼까요?
그 유명한 뒤샹의 샘.
오브제의 시초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상당히 쇼킹합니다.
이제는 그리지 않아도 사물을 가리키고
'이거 제 작품입니다'
라고 말해도 된다는 거죠.
혹자들은
'예술은 이제 그리는 것이 아닌
썰만 잘풀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뒤샹이 절대 그림으로 사물을 표현하지 못해서
저런 작품을 내건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그리는 것도 흔해빠지니
이제는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도 작품이다.
변기를 샘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작품이다.
라는 관점이죠.
이 책을 한번 읽는다고
미술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오만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각 시대의 미술작품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그린 거구나'
라는 것을 이해하고
점차 미술에 대한 안목을 기른다면
미술관에서 나무위키를 보지 않고도
예술작품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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