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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한다는 기사를 본 적 없는 애플, 그런데 시총은 삼성보다 10배 많아?

산업이야기

by Tabris4547 2022. 10. 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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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라이벌 회사입니다.

당장 스마트폰을 살 때만해도

아이폰이냐 갤럭시냐로 고민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업종에서

삼성과 애플말고는 없자나?

그러면 둘이 라이벌 아니야?'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확히는 더 있긴합니다.

중국의 비보,오포,화훼이 등등 있긴 하지만

국내수입이 잘 안되는 것도 있고

품질도 썩 좋지 않아서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총을 까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2022년 기준

애플은 2.4조달러

삼성전자는 약 2천6백달러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신문의 1면지에 툭하면

'삼성, ~~~에 공장 건설'

'이재용 부회장, 몇 조 투자로 반도체 강국 만들겠다 선언'

이런 기사는 참 많이 봤지만

애플이 어디에 투자한다는 말을 본 기억은 잘 없습니다.

단순히 기사만 딱 보면

'삼성은 열심히 일하는 개미.

애플은 띵가띵가 노는 베짱이'처럼 보이는데

어찌 베짱이가 훨씬 잘 먹고 잘 살고있으니

이게 참 어이러니 합니다.

대체 애플은 어떻게해서

삼전같은 대규모 투자없이도

삼성전자보다 시총 10배의 회사가 된 걸까요?

 

팹리스 vs 파운드리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두 개념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두 가지는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2가지 형태인데요

팹리스는 fabless.

fab(공장)이 없지만 설계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그 반대인 파운드리는

fab(공장)이 있지만 설계는 없는 곳입니다.

팹리스에서 반도체를 설계한 뒤에

파운드리에 설계도를 넘겨서

위탁생산을 맡겨 생산하는 구조.

 

(엄밀하게는 파운드리도 설계파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설계가 팹리스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팹리스는 새로운 반도체를 설계한다는 느낌이라면

파운드리는 '생산에 맞게 수정한다'라는 느낌입니다.

팹리스에서 설계한 그림이

공정효율면에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파운드리에서는 지적재산(IP)를 활용해서

'우리 공정에 맞는 회로도를 찾아서 거기에 맞게

일부분을 수정해서 찍어내자'라며 작업합니다.

마이너리한 수정이라 성능자체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이 설계는 아예 처음부터 반도체 로직을 고려해야하는

팹리스의 설계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파운드리는 설계는 안한다 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나이키는 왜 이득을 많이 남기는가

여기서 잠시 나이키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나이키는 미국 내에 공장이 없습니다.

나이키는 세계 각국의 신발공장에

OEM으로 신발생산을 의뢰합니다.

엄밀하게 따지고보면

'나이키 이름이 있는 공장'은 없는 셈.

그런데 나이키는 돈을 엄청 많이 법니다.

아니, 오히려 그러기 때문에

엄청 마진이 높은 장사를 할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신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신발의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

쿠션은 얼마나 넣고,

재질은 어떤 걸 쓰고 등등.

이 아이디어가 나이키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는

공장이 없어도 나올 수 있습니다.

공장을 건설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건설부지 정해야지

건설시공 들어가야지

공장 직원들 고용해야지

공장 유지보수 및 가동하는 비용필요하지

그러니 나이키는 이런 전략입니다.

"우리가 개쩌는 신발 디자인하면

사람들이 알아서 우리꺼 사줄텐데.

돈 많이 드는 건 외주 맡기고

우리는 핵심만 고민하면

우리가 남겨먹는 게 더 많잖아"

이런 전략의 위험한 점은

외주회사들이 보이콧할 수 있다는 점.

만약 OEM을 의뢰한 회사들이

'나이키 아웃!'을 외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회사가 더 손해겠죠.

다시 애플로 돌아와서

애플을 나이키에 비유한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겁니다.

애플은 아이폰을 '생산'하지 않습니다.

애플의 부품 어느 것도

애플에서 '생산'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디스플레이,카메라 모듈 등은

외부 업체에 설계까지 의뢰합니다.

그런데 애플은 핵심기술이 있습니다.

먼저 반도체 설계능력.

아이폰의 AP, 이미지 센서 등

핵심 반도체 설계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디자인이 있죠.

요즘에 갤럭시도 많이 따라오긴 했지만

애플 제품 디자인은 참 독보적입니다.

심플하고 별거없는데 멋있다?

단순히 사과로고가 있어서만은 아닙니다.

설계능력과 제품디자인.

이 두가지에 있어서 넘사벽의 능력을 가지고있으니

'우리가 왜 힘들게 공장돌리냐?

우리는 설계만 담당해서 이윤 많이 뽑아내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게 더 이득이지'

이런 전략을 취해도 되는 위치죠.

혹자들이 종종

'애플 양아치 기업이다. 외부업체 없이는 생산 하지도 못하면서

외부업체들한테 갑질하는 양아치들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잘 뜯어보면

'외부업체는 애플없으면 매출이 안나온다'

라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애플이랑 거래한다는 걸 품질보증으로 광고하는 걸 보면

애플이 아무리 갑질을 한다한들

결국 굽신댈 수 밖에 없고

애플은 갑의 위치+공장이 없으니

삼전같은 대규모 투자없이도

가성비좋은 돈벌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삼전은 왜 못하는데?

삼전의 투자 대부분은

'공장설립'쪽에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이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발표할 때에도

그 핵심은 파운드리였습니다.

문제는 삼전의 팹리스는 애플에 비해서는

가야할 길이 먼 상황.

위에서 애플의 사례를 보면 

팹리스라는 게 가성비가 엄청 좋은 사업입니다.

그럼 단순하게는

'그럼 너도 나도 팹리스에 뛰어들면 개이득아닌가요?'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장사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개쩌는 아이디어'라는 거죠.

아이디어=창의력인데

일부에서는 '놀면서 창의력이 나온다'라는 말에만 꼳혀서

대충 놀아도 아이디어가 빵빵 나오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로 개쩌는 창의력을 위해서는

물론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학습과정이 전제되어야합니다.

특히나 반도체 설계같은 분야는

알아놔야할 부분만 해도 엄청납니다.

삼전도 팹리스가 있고

갤럭시에 일부 센서 등 설계를 맡고있지만

냉정하게 애플과의 능력치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상황.

거기에 더 문제는,

대한민국은 설계분야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전자과에서 회로설계를 배우신 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회로설계가 가면갈수록 '지옥'입니다.

분명 처음에는 '고딩때배운 직렬 병렬하네. 개꿀'했는데

어느센가 갑자기 하드코어가 되어버립니다.

알아야할 것도 많은데, 생각할 것도 겁나 많아 지기 떄문이죠.

적지 않은 학생이 나중에는 과목선택을 안 할 정도.

여기에 실습기회도 적은 편이라

과목의 부담감은 더욱 더 높아지는 상황.

 

그런 점에서, 삼전이 애플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도 좋지만

팹리스를 더 육성하는 게 어떨가 싶긴 합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이

'삼전의 설계능력을 기르기위해서

파운드리 등 공장 투자를 줄이는 대신에

팹리스 인재양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한다 가정해보겠습니다.

아마 전국 삼전 주주들한테

협박당할 수 있습니다.

왜냐햐면 '인재양성을 하겠다'라는 건

'미래의 이익을 위해서

당장의 이익은 어느정도 감수하겠다'라는 의미.

미래에는 확실히 이득을 줄 수 있지만

그떄가 언제인지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화가날 수 있는 상황.

 

저야 방구석에서

분석을 하는 입장인지라

문제를 간단하게 바라보는 걸 수 있습니다.

실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라든가

실제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분들이라든가

저보다 훨씬 많은 걸 아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당장은 삼성이 애플보다 다소 밀린다할지라도

미래에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건전한 국뽕'에 취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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