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꿔도,
꾸준히 회자가 되는 명작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수 천 년 전에
공자나 플라톤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고,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면서
평온함을 느낍니다.
명작이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보이듯,
만화 중에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건담 40주년의 멕을 열게 해준,
1979년에 나온
<기동전사 건담>입니다.
흔히들
'퍼스트 건담'이라고도 부르는
그 작품이지요.
요즘 작화에 익숙한 눈으로
퍼스트 건담을 보면
상당히 그림체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의 작품들은
'사실적'이라면,
퍼스트 건담은
'수채화'를 보는 기분을 줍니다.
실제로 그 당시엔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입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림에 최적화된 연출방식입니다.
특히나 메카들이
요즘의 샤프한 디자인이 아닌,
조금 동글동글하게 나와서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오늘날 관점에서는깊이있는 그림적인 연출이 가능합니다.
정말로 수채화로 그린 듯한
깊이감이 보입니다.
포탄을 피해 엎드린
주인공의 두려움이
어둠 속에서 폭발을 등지고
느껴지도록 그렸습니다.
장면 복붙으로 장면을 채우는
만화들과는 다른,
디테일한 장인 정신을 보여줍니다.
그 시대의 연출에서만 볼 수 있는독특한 풍채를 느낄 수 있죠.
이렇게 인물들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샤프한 느낌보단
부드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아날로그'적인 묘사인데,
이런 연출들이 볼 때마다
눈이 편해지는 기분입니다.
좋은 작품의 기본은 스토리.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건
좋은 대사들.
대사를 들으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그 속에서도
시사점을 주기도 하는 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퍼스트건담에는
그런 마음에 드는 문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위에 있는 아무로 레이의
'아버지한테도 맞은 적이 없는데!'는
아무로의 대표 대사로 유명합니다.
이 대사는
출격을 거부하는 아무로가
함장인 브라이트 노아한테 대들다가
따귀를 맞고 한 대사입니다.
대체 얼마나 곱게 자랐길래
아버지한테도 안 맞아봤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와 아무로의 관계에 대해서
상기시켜주면서
아무로의 성장과정을 암시해줍니다.
퍼스트 건담 명대사의 대부분은
바로 이 가면남,
샤아 아즈나블이라는
캐릭터한테서 나옵니다.
팬들 사이에선
샤아의 어록이라고 정리하면서
패러디까지 자주 되고 있습니다.
이 대사는 샤아가 자신의 절친이었던
가르마 자비를 함정에 빠뜨리고 한 대사입니다.
배신을 당한 가르마의 분노와
샤아의 호통한 웃음이
섞이는 인상적인 장면이죠.
또 이 대사를 통해
만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샤아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암시까지 했습니다.
그런 건 장식에 불과합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모르시지만
이 대사는 샤아가
최종 결전에서 지옹그에 탑승하면서
정비병이 한 대사입니다.
대사가 너무나도 독특해서
후속 건담 시리즈들 이외에도
다른 매체에서도 쓰였습니다.
건담시리즈의 가장 큰 주제를 뽑자고 하면,
반전(反戰)과 이해입니다.
건담의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는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할
로봇 애니메이션에
'학살 쾌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이 죽입니다.
퍼스트 건담 초반 시작에서도
이미 인류의 1/3이 죽는 것으로
시작을 할 정도입니다.
이런 묘사는 다소 무섭지만
'그러니 전쟁을 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퍼스트 건담은
다른 건담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호 이해라는
건담 시리즈의 전통적인 주제를 잡았습니다.
주인공 아무로는
전쟁이라는 환경을 속에서
새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는 '벌레도 못 죽이던',
단지 기계를 좋아하던 소년이었지만
적을 주저 없이 죽이는
군인이 되어있습니다.
그 역시 처음엔
군인으로서의 삶을 거부했고
군인이 되기 싫었지만,
전쟁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져
계속 싸움을 이어가게 됩니다.
때론 주변 인물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아무로는 한층 더 성장을 하게 됩니다.
소중한 동료들과
끈질긴 적들이 죽어가는 과정에서,
아무로는 자신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단지 아무로가 이렇게 전쟁만 계속했었다면,
그는 단지 에이스 파일럿으로 만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특별한 인연을 통해 각성하게 됩니다.
아무로는
라라아 슨이라는 여성과 만나게 됩니다.
둘은 뉴타입이라서
서로 교감을 하게 됩니다.
뉴타입이란
인식력의 확대로 서로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인간을 말합니다.
비록 군은 이 뉴타입의 존재를
단순한 병기 이상으론
이해하려고 하지 않지만,
아무로와 라라아의 만남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비록 둘의 만남은
라라아의 죽음으로 비극적으로 끝이 났지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뉴타입의 교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둘은 오랫동안 만난 것도 아니었고,
전장에서 한두 번 마주쳤을 뿐이지만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죠.
이 전쟁과 이해라는,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개념이지만
둘은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때로는
갈등을 하게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가끔 서로 말싸움을 할 때,
"내가 맞아! 넌 틀렸고!"
하는 식으로
자기 고집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싸움이 점점 더 커져서
파국을 면치 못하곤 합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냥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서로 오해를 풀면
간단히 해결할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사소한 주제만으로도
서로 치열한데,
서로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에서는 어떨까요?
극한의 상황인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들도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갈등을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작품 하나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명작입니다.
10편의 작품들보다 더 가치를 느낄
명작이 될 수 있습니다.
역시 클래식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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