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다'
'왼뺨을 맞거든 오른 뺨도 내밀어라'
'원수를 사랑해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말들인가요?
이 말들이 어릴때는 그런데로 머리에 잘 들어왔지만
커가면서 저 말들에 거부감이 들진 않으셨나요?
"뭔 원수를 사랑해?
이 세상에 당하고 살면 호구지"
여러분이 어린 시절, 누군가 심한 트라우마를 심어줬다면
여러분들은 마음 편안하게
'다 지난 일인데 뭐'하면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나요?
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겠죠.
하지만 막상 복수를 하고 싶어도
지금 내 현실만으로도 벅차고
복수를 한다쳐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잘못하면 내가 범죄자가 될 수 있어
그냥 상상속으로만 복수하는 경우가 많으실 겁니다.
'더 글로리'는 머릿속으로만 한 상상을
직접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복수극이라는 뻔할 수 있는 소재로
뻔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벌써 한 편 다봤다고?"
매 회차가 끝날 때마다 중얼거렸습니다.
체감상 보통 드라마로 치면 중반 끝나는 시점인데 끝나서
상대성 이론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드라마 자체가 한 편에 50분정도로 긴 편이 아니지만
50분 안에 5회분량의 스피드를 갈아 넣었습니다.
"벌써 저기까지 진도를 뺀다고??
그래서?이제 다음은??"
하다가 매 회차가 끝났습니다.
그렇다고 빨리감기 하듯이
정신없는 전개가 아니었습니다.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어서
그 속으로 어느센가 빨려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더 글로리는 17년전의 사건.
'고데기 학폭'사건을 다뤘습니다.
학교폭력. 제가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이야기가 되던 소재였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쉬쉬하던 소재입니다.
'애들이 어려서 그럴 수 있지'
'어릴 때의 잘못을 평생 가져가는 게 맞냐?'
'잘못해서 빨간 줄 그어지면 대학은 어떻게?'
교육 당국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는 주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보여주기 식'
위의 '멈춰!'밈을 보면 그저 웃음만.
학폭문제를 학교측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데
'높은 사람부터 줄줄이 책임을 져야한다'라는 게 큰 이유같습니다.
학교 하나에서 학폭 사건이 터진다면
담당 교사는 물론 교감,교장부터
잘못하면 교육감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까요.
책임을 진다는 게, 얼마나 큰 문제인지
사회인이라면 뼈져리게 공감할 것입니다.
단순히 '잘못했습니다'사과하는 걸 넘어서
옷까지 벗을 수 있는 문제니까요.
그러다가 최근 와서는
연예계쪽의 이슈로 학폭가해자를
철저하게 배척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착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알고보니 과거에 완전 인간 말종짓을 했다?
아이들의 수진이 일진 과거사가 폭로되고
인기맴버였음에도 팀에서 탈퇴.
작년에 데뷔한 르세라핌도
맴버 한 명이 과거 학폭문제가 폭로되어
데뷔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계약혜지 및 그룹탈퇴.
과거에 나쁜 짓을 했다는 걸 넘어서
'지금와서는 깨끗한 척 하면서
이미지 세탁하고
피해자들 앞에서 웃고다닌다'
라는 부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들은 과거의 사실을 지우고
전부 신분 세탁을 했습니다.
주동자라고 할 수 있는 '박연진'은
잘나가는 기상캐스터에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죠.
주인공 '문동은'의 박연진을 향한 복수는
개인의 복수를 넘어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사이다로 이어졌습니다.
뉴스에 인간말종들의 형태가 나오면서
'무슨 얼어죽을 용서냐?
용서가 무슨 최고의 복수냐?
가해자 인권?
피해자들은 인권도 없냐?'
라는 반론들이 끝임없이 제기되어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식 복수극'은 매력이 없어졌습니다.
'한국식 복수극'이라고 한다면
1. 복수를 할려고 빌드업 다 함
2. 가해자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고 눈물 질끔.
3. 하지만 과거의 원한이 크니깐 복수 시도
4.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
5. 당장에 죽일 수 있지만, 이런다고 과거가 바뀌진 않는다면서 하지 않음.
6. 용서 후 서로 해피엔딩
이런 뻔한 고구마 전개입니다.
더 글로리는 복수극에 시원한 사이다 한 잔 따라줍니다.
그리고 그 복수를 '과거에 상처를 준 애들'한테 돌리지,
결코 주변 사람들한테 하지 않습니다.
만약에 문동운이 박연진 딸과 남편에게 화살을 쐈다면
문동운의 복수를 마냥 곱게 보지 않았을 겁니다.
"학폭을 한 건 엄마인데 왜 딸한테 저러지?"
"남편은 뭐 알고 결혼한 것도 아닌데 공범이라고?"
이런 거부반응이 들었겠죠.
하지만 문동운은 '순수하게' 복수의 화살을
오로지 '복수해야할'사람들에게만 돌립니다.
"제가 어릴 때 상처가 있어서..."
"제가 이런 류의 사람한테 이렇게 당한 기억이 있어서..."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이 범행동기에 대한 진술들입니다.
이런 진술을 보면서 화가나는게
'상처를 준 게 저렇게 컸으면
상처 준 사람을 찾아가면 될 것이지
왜 애먼 사람들을 저렇게 아무 잘못없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거야?'
라는 지점 때문입니다.
문동운이 과거에 대한 학폭을 돌아보면
충분히 묻지마 범죄처럼 발전할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복수할 대상'한테만 모든 시선이 가있었고
철두철미한 복수 진행에
문동운에 더 몰입되면서 사이다를 느꼈습니다.
시즌1이 이렇게 대성공을 했으니
시즌2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네요.
만약 공중파 방송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문동운의 용서를 그릴 예정입니다"
라는 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어
갑분 용서엔딩이 되었을텐데
넷플릭스라 또 어떤 신박한 전개가 어이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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