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드라마는 우영우라고 모두 예상했지만
연말에 그 이상의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그 드라마는 바로 재벌집 막내아들.
처음에 예고편을 볼 때는
'뻔하디 뻔한 회귀물'느낌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이런 스토리 드라마가 제법 있었거든요.
'21세기에 살던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서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
거기에 송중기 씨 특유의 넉살스러운 연기가 첨가된 정도만 다르지
뻔한 드라마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기대감없이 1화를 보기 시작해서
16화까지 쉴틈없이 빠져들었습니다.
거의 10년만에, 드라마 본방사수를 해볼 정도로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걸까.
잔뜩 판을 다 벌려놨고 무대도 쫙 깔았는데
결말부이 갑자기 붕뜬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
'배우들이 다했다'라고 평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배우분들의 연기력이 엄청났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으로
진양철 회장을 연기했던
이성민 배우가 있습니다.
"그게 돈이 됩니까?"
"몇개고?320개다 320개!"
"국내 1위?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
"왜 이런 일을 꾸민기고! 와!!!!"
"내 무습다! 와 나를 죽일라 카는데!"
"내 진양철이다!!!"
인상적인 대사가 넘쳐날 정도로
연기력이 대단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진짜 그 당시에 대기업 총수 데려온 것 같다'
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
오죽했으면 송중기 보러온 사람도
'송중기가 안보여요'라고 할 정도로 연기를 잘했습니다.
이외에도 출연한 배우분들 전원이
몰입이 되게 연기를 잘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유독
셋째 '고명딸'연기를 했던
김신록 배우분이 기억이 많이 나네요.
'무능하지만 욕심과 허세많은 제벌2세'를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나 주식 투자 실패 후
회장한테 매달리는 모습이
'저 정도면 생활연기인데?'
라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명품배우로 꽉 차있어서,
주연인 송중기 씨의 연기가 살짝 묻힌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에서송중기 씨 연기가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맑은 눈의 광인'
요즘의 광인은
동그랗게 눈뜨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할말 다하는 타입입니다.
극중에서 진도준 캐릭터가
순양가 가족들을 멕일 때
이런 광인의 모습이 잘 나타났습니다.
'만약에 내가 저걸 눈 앞에서 직관했다면?'
하고 상상해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 맑은 눈으로 상큼하게 먹인다면...후...
상상도 하기 싫다.
그나저나 송중기 씨 왜케 잘생겼냐...
저는 송중기 씨를 '성균관스캔들'로 12년전에 처음 봤는데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잘생겨졌습니다.
예전에는 '잘생겼다'였다면
지금은 '멋있다'가 더 어울리는 느낌.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그 시대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과거에 대한 잊지못할 기억'이 일어났기 떄문이라고 봤습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한
한국 현대사에 굵직한 사건들을 정리하보면
1. 노태우 vs 김대중&김영삼 대선
2. 분당 재개발
3. 한보제철 부도사건
4. IMF
5. 닷컴버블
6. 9.11 테러
7. 카드 빚 대란
이외에 나홀로집에,타이타닉,서태지,싸이 등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소재가 등장했죠.
이 덕분에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한테는
'맞아 맞아 저때 저랬지.'
라는 추억에 빠지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굵직한 사건들과 관련한
'투자'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샀다고 봅니다.
현재 2022년 시점
2030중에서
주식이나 코인에 발 안담가본 사람이 손에 꼽으며,
만나서 주식이야기만 할 정도로
투자라는 것이 삶의 한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닷컴버블,9.11테러 등에서
무리하게 빚까지 들여쓰다가
결국 큰 손실을 입은 순양가 사람들.
반면 미래를 알고있어
엄청난 부를 얻은 진도준.
"저거 내가 코인 물릴 때 모습인데..."
"재벌들도 결국 저렇게 투자로 나락가는구나"
"나도 10년전으로 돌아가서 주식좀..."
등등 몰입할 수 있는 반응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의 굵직한 스토리는
'미래를 알고있는 진도준이
미래를 알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생각한다'
사실 과거 회귀를 소재로 쓰는 순간부터
이런 뻔한 내용은 예측이 됐었습니다.
당연히 드라마에서 누군가 진도준에게
'니는 어떻게 그걸 다 아냐?'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고
그 역할을 동업자인 오세현이 담당합니다.
그래도 진도준은 끼워맞추기 같아보여도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말을 합니다.
예를들어, 오세현이
'어떻게 월가 전문가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고작 대학을 갓졸업한, 20대 대한민국 청년이 IMF를 예상한거지?'
라는 질문을 하자
'질문이 잘못되었네요. 왜 20대 청년이 볼 수 있는걸
전문가들은 못봤냐가 답이 아닐까요?
대한민국 부채는 점차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신용도도 매년 하락하고 있었고요'
라면서 나름의 근거를 이야기합니다.
그랬던 스토리라인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게
바로 2002 월드컵 4강 이벤트.
진도준은 처음부터 '4강 갈 것이다'라는 걸 전제로
순양차 신차 프로모션을 기획합니다.
2022년에 살고있는 우리야
히딩크의 기적을 알고있지만
2002년 월드컵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1승도 못할 것이다'라는 비관적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진도준을 아끼는 진양철 회장조차도
'8강에서 스페인을 만나는데...
우찌 4강에 진출할 수 있을기고?'
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남길 정도.
원래 진도준의 설정대로라면
'감독이 이런 역량이 있고
선수들은 이러저러해서
4강까지는 갈만한데
우승은 힘들다'
라는 식으로 라도 이야기했겠지만
진도준은 별다른 코멘트를 달지 않습니다.
부하직원들의 입장에서
회사일이 장난도 아니고
그런 도박수를 왜 따라야하는지 의문이 가질만하고,
주주들 입장에서도
이게 무슨 근거인지 따질만한데
이런 현실적 설정이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그 후 더 어이없었던 건
장미란 선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진도준은 서민영에게 기적을 믿어달라며
이런 말을 남깁니다.
'장미란 선수가 은메달따면, 다시 만나자'
은메달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나 미래에서 다 보고왔다'라는 걸
온 동네방네 떠드는 셈.
그 당시 장미란 선수가 역도 기대주이긴 했지만
우리가 보통 선수를 응원할 때
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생각하면
진도준의 이 멘트는 참으로 어색합니다.
만약 저기서 서민영이
'난 장미란 선수가 금메달 들어올렸으면 좋겠는데?'
라며 말싸움이 시작되었다면 오히려 갑분싸.
15화 마지막에
진도준이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진도준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면서
전생의 윤현우가 진도준을 죽였음을 암시하고 끝납니다.
갑작스러운 대박 반전에
결말이 어떻게 날까 궁금하면서
다음날 대망의 마지막 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004년에서 2022년으로 시점이 바뀌더니
1화에서 윤현우가 총맞은 다음 시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화-15화까지의 내용은
'1주일동안 꿈을 꿨다'라고 퉁 쳐버립니다.
그래도 윤현우가 진도준으로 꿈을 꾼 시간동안 본 걸로
어떻게 사건을 푸는 게 나오는 가 싶었는데...
기껏해야 오세현 대표를 찾아가서 설득한 것 외에는
꿈의 내용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본인이 진도준 사망현장에 있었음을 고백하는 결말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것과 크게 상관도 없습니다.
사건이 다 끝난 다음에
'그건 참회였다'라고 마무리짓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빌드업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민영 검사한테 진도준과의 일을 암시한다던가
진성준에게 진도준이야기로 멘탈을 부셔버린다던가 등등
잘 써먹을 수 있는 소재가 참 많았는데,
지반공사 잘해놓고 튼튼하게 잘 쌓아올렸는데
인테리어를 엉망으로 해버렸습니다.
왜 사람들이 진도준과 윤현우가
서로 닮았다는 걸 못알아본건지도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진도준 영정사진만 봐도
윤현우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걸 이야기할만한데
극중에서 제대로 알아차린 건
진도준 수행비서인 백 대리뿐.
18년째 진도준을 기리기 위해
검은색 옷으로 애도한다는 서민영 조차도
마지막에 가야 '어?'하면서 느낄 정도.
이 정도면 사람들이 진도준 얼굴을 까먹은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윤현우가 범죄고백을 할 때
진성준이 윤현우에게서 진도준을 보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식으로 가다가
심경고백하는 스토리로 끝났으면
차라리 결말이 더 임팩트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100-1=0
100번 잘했다가
한번 무너지면 수포로 돌아간다.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100을 채우다가
결말 1번으로 0이 되버린
많이 아쉬운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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