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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재평가] 꽃이 지고 눈보라를 맞고 나서야 봄인줄 알았다, 건담 시드

만화이야기

by Tabris4547 2023. 4. 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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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시리즈 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뭘까?

입문자도 많고 팬도 많지만

까도 많고 욕도 많이 먹는 작품, 건담 시드가 있습니다.

뉴 밀레니엄시대를 열면서

대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드팬들한테 많이 까이고 있죠.

심지어 시드로 건담을 입문한 사람들도

시드를 까는 경우도 제법 있었습니다.(그 중에 하나가 접니다)

그럼 이 작품은 왜 까인 걸까요?

그리고 이 작품, 그렇게 까일만 할까요?

꽃이 지고나서야 봄인줄 알았다고,

사실 이 작품은 꽃지고 눈이 떨어지자

명작으로 보인 나름 비운(?)의 작품입니다.

 

왜 욕을 먹었는가

 

1. 급조된 후속작의 작품성

흔히 '시드'라고 하면

후속작인 시드 데스티니까지 묶어서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 후속작이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시드의 대히트를 이어받으려는 급조된 느낌이 강해

작품 전체적으로 엉망진창입니다.

시드가 욕먹는 이유가 되었던 문제들을

오히려 더 크게 키운 문제의 작품.

그래서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던 시드 역시도

데스티니랑 묶어서 욕을 먹는 경우도 더러있습니다.

 

 

2. 뱅크씬,회상씬 남용

ppt를 만들 때, 잘 만든 템플릿을 복붙해가지고

나만의 ppt로 만드는 게 있듯이

만화도 그렇게 그림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이전에 나온 장면들을 복붙해서

그대로 다시 재활용한 장면을

"뱅크씬"이라고 합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는 장면이라든가

매번 나오는 장면들을 빠르게 작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문제는 시드는 이 뱅크씬이 너무 과하다는 것.

특히나 전투장면이 뱅크씬 떡칠수준.

같은 구도인데

배경이랑 상대만 조금 다르게 해놓고

같은 장면을 자꾸 복붙하듯이 찍어냅니다.

시드의 전투 작화 자체는 훌륭한 편인데

뱅크씬으로 똑같은 장면만 반복하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 신선함이 떨어져

"전투씬이 밍밍하다"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사건,인물을 떠올리는 회상씬.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뱅크씬 만큼이나 이 회상씬이 과합니다.

니콜의 죽음 회상씬은 후속작 데스티니까지 48번이나 나왔을 정도로

이정도면 "시간떄우기"용으로 쓰이는 수준.

 

3. 뭔가 부실한 스토리전개

우주세기 건담들은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우주vs지구를 넘어서

그 안에 얽혀있는 수 많은 이해관계가 있어

작품을 파고들수록 재미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시드는

그런 고민을 할 이야기꺼리가 현저하게 적습니다.

내추럴vs코디네이터의 갈등만 그려지고

이걸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한 느낌이 잘 안보입니다.

그나마 키라가 막판에

크루제의 말빨에 잠시 흔들리면서

그동안 자기가 당한 대우를 생각하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작인 이유

 

시드가 탈도 많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명작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

대중성 하나 만큼은 여타 건담작품들 중 최고이기 때문입니다.

퍼스트 건담 이후로

최대의 건담팬 유입을 이끌어냈죠.

건담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작품은 알고 있을 정도.

저는 유입의 중요성을 크게 느낍니다.

유입은 산소와 같죠.

어떤 문화라도

유입이 없으면 결국 죽게 됩니다.

건담도 유입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퍼스트-제타-더블제타-역습의 샤아 순으로

토미노 감독이 그린 건담이 완결되고

새롭게 건담의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우주세기를 그린 F91-V

복싱컨셉을 도입한 G

꽃미남 5인방 W

새로운 절망적 세계관X

등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사실상 W 정도만 유입을 어느정도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입을 유의미하게 이끌어냈다고보기엔 아쉬운 성과.

시드 이후로도 유입을 끌어모으는 시도는 계속 되었으나

더블오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개같이 망했습니다.

우선 에이지.

어린 층 유입을 위한 시도를 선보였으나...

어린층은 내용이 어려워서 안보고

청년층 이상은 내용이 유치하다고 외면한 작품.

철혈의 오펀스도 비슷합니다.

물론 이쪽은 액션씬이 잘 뽑혔고

올가 이츠카 라는 희대의 밈 캐릭터를 배출했지만

작품성도 영 안 좋고

유입은 에이지보다 조금 나은 정도?

그럼 시드는 어떻게 신규유입에 성공했는가.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걸 꼽자면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설정보다는

간결하지만 이해가 쉬운 편이 좋습니다.

드래곤볼을 예로 들어볼까요?

드래곤볼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쎈놈 패면 더 쌘놈이 온다"

내용이 정말 단순합니다.

수련->보스팸->더 쌘 놈 옴->수련->더 썐놈 잡음->수련->더 쌘놈 옴

이런 구성으로 파워인플레를 야기한 단점이 있지만

작품을 이해하는 게 정말 쉽습니다.

"그냥 치고박고 싸우는 구나"

시드 역시도 내용구성이 

다른 건담들에 비해서 정말 간단합니다.

우주세기 설정을 볼까요?

간단하게 "지구연방vs지온"으로 보기에는

뉴타입이론을 포함한 복잡한 설정들을 어느정도 숙지해야하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하지만 시드는 정말 간단하죠.

자연적으로 탄생한 내추럴 vs 유전자조작으로 테어난 코디네이터

코디네이터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고

내추럴은 이에 열등감을 느낀다.

이렇게 이해하고 봐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기존 건담 시리즈에서의 갈등구조

"지구vs우주"와 유사한 면도 있어

기존의 팬들도 받아드릴 수 있고요.

그리고 굳이 작품을 깊게 파지 않아도

가볍게 즐길 요소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체의 디자인.

건담 시드는 디자인에 정말 혼을 불어넣었나 싶을 정도로

멋진 건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디자인도 잘 나왔습니다.

귀엽고 잘생긴 미소년들이라

캐릭터만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고요.

즉, 굳이 작품을 깊게 파지 않아도

"즐길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죠.

 

작품성과 대중성, 잡을 거만 하나라도 확실하게

 

예술인들이 늘 겪는 딜레마. 작품성과 대중성입니다.

심도한 의미를 부여할려했다가

아무도 이해못하는 작품이 될 수 있고,

대중이 즐기는 것만 추구하다가

의미없는 작품이 될 수 있죠.

냉정하게 건담 시드가 작품내적으로 볼 때에는 부족한 지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중성 하나는 확고하게 잡자"라는 컨셉을 잡았고

결국 그게 제대로 먹혀가면서 대성공했습니다.

물론 더블오처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너무 좋겠으나

에이지나 철혈처럼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머물바에

확고한 노선을 잡는게 더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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