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고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4년동안 블로그를 하면서
종종 사람들에게 블로그 주소도 공개합니다.
그 때 종종 물어봅니다.
"블로그 이름이 독특한데
이름의 뜻이 있냐?"
사실 블로그 이름을 지을 때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블로그 명을 정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나에게 닥칠지라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계속 되새기고자
블로그 명을 지었습니다.
처음 블로그 명은
Door였습니다.
Door.
문입니다.
문은 소통을 의미합니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
문이 없다면
방을 들어갈 수도 없고
방을 나갈 수도 없죠.
사람도 마찬가지.
사람 안에 문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죠.
이와 반대되는 말은
벽.
벽은 아무런 통로가 없습니다.
그냥 떡하니 막아서 있을 뿐이죠.
종종 사람들과 말하다보면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으신가요?
분명히 대화는 하고 있는데
뭔가 이야기하면 할수록
뭔가 더 답답해지는 느낌.
분명 열심히 두둘기고 있는데
내 손만 아파오듯이
나는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되돌아오는 것이 없는 경우도 있죠.
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주변에 벽을 많이 느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가스라이팅을 많이 당해왔었습니다.
예전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제 스스로가 되돌아봐도
찌질하고 약했고
부족한 것이 많았죠.
그래서 누가 좀만 달콤한 말을 하면
금새 신이 나서 믿다가
어느센가 이용만 당했죠.
"어떻게 이용만 당했다고 말하시나요?
당신 인성이 나빠서는 아니고?"
종종 제 속마음을 이야기하면
"너는 왜 이렇게 예민하냐?
너가 그러니간 안되는 거야.
왜 별것도 아닌 거에 기분상하냐?"
힘들면 이야기하라고해서 이야기했더니
실제로 들었던 말들 입니다.
심지어는 저런 말들을 이용해먹고
주변에 퍼트리는 사람들도 많았었죠.
그 때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제 스스로에게 큰 상처를 받으면서
점차 스스로를 벽 안에 가두었습니다.
그러다가 벽을 점점 없애게된
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된 일이 있었습니다.
군대 말년에 바뀐 새로운 부소대장님.
어느날 심리검사 결과가 나와서
저를 따로 부르시더니
"요즘 힘든 거 있어?
말하기 힘든 뭔가가 있구나.
지금 당장 말하지 않아도 되니깐
나중에 커피 한 잔 사달라고 하면서
말하러 와"
이 말에 마음을 열어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간단한 말 같았지만
바로 직전의 부소대장의 반응과 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심리결과가 나오면
"너 심리결과보니 문제있다고 나오는데
난 너가 문제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 문제 없잖아. 그렇잖아.
괜히 이런거에 기죽을 필요없고
가서 하던 거 하자고"
분명히 말만 들어보면
"널 믿는다"이지만
속내를 들어가보면
"넌 문제가 있는 사람이야.
너는 말하지마.
그냥 가만히 있어"
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렇게만 들어온 저에게
저런 따뜻한 말을 해주시는 사람이 생기니
한 번 마음을 열어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도저히 마음이 못 버티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전까지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면
또 혼자 바보가 될까봐
꿍꿍 숨겨놨었지만
"그래. 이렇게 마음 삭힐바에
새로운 부소대장님께 풀어나보자"
라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을 요청하고
속에 있던 말들을 털어놨습니다.
그동안 쌓아왔었던 말들
말을 하면서 욕도 나오고
화도 내면서 말하고
그렇게 모든 마음을 다 털어놓자
부소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좀 편안해졌어?
그래도 이렇게 말이라도 하니깐
마음이 편해졌겠구나."
그동안 저의 응어리를 다 풀어버리니
그 순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부소대장님의 개인적인 야이기를 들으면서
진짜로 공감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가 그렇게 털어놓지 못했다면
그 때 큰 사고를 쳤을지도 모를정도로
마음이 무너진 상태였지만
저 상담을 시작으로
조금씩 마음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에 다짐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벽이 아닌
문이 되어주는
사람의 감정을 어루어만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
이런 마음을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몇 배는 어려웠어요.
문이 되어주려고 열어놨는데
문을 깨부시려는 사람도 있었고
문에다가 오물만 던지는 사람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생각을 계속해서 가진 이유는
내가 그 때 문을 만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었듯이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내가 지옥을 봤다고 해서
타인에게 지옥을 보여주기 싫은 마음.
이런 마음이 더 컸었기 때문에
저 생각을 지금까지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Tabris라는 이름은
최근에야 붙이게 되었습니다.
제 닉네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닉네임 하나를 지으면
여러 SNS 공용으로 쓰는 편인데
어느날 인스타 아이디를 보니
예전의 지은 닉네임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의미부여를 할까.
이왕이면 천사의 이름으로 하자.
하면서 좋은 이름이 뭐 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에반게리온을 정주행하는데
나기사 카오루라는 캐릭터에서
제가 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는
평생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외톨이였지만
그런 그에게 다가가서
마음의 문을 열어준 카오루.
마지막에는 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면서
친구의 마음을 열어준 카오루.
검색해보니 카오루의 천사명은
Tabris
자유의지의 천사였습니다.
자유의지라는 것은
제 자신에게도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어떤 일이 오더라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긍정할 수도 있고, 부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의지가 있다면
어떤 일이 오더라도
살만한 곳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또 자유의지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지금은 작은 문에 불과하지만
어느센가 개선문이 되리라는 의지만 있다면
계속 문을 늘려나갈 수 있다고.
그래서 자유의지를 가지면서
누군가에게 문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블로그 제목도
Door of Tabris로 정했습니다.
사람은 생각하는 데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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