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내가 몇 개 더 풀었다면
지금쯤 떵떵거리면서 살텐데'
'그 때 내 대학이 여기였다면
지금 취직 잘했을텐데'
제가 살아가면서 많이 보아온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저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저는 사람의 감정을 수용하는 편인데
후회,아쉬움 역시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그 때 좀만 더 잘했다면
한 끗차이로 결과가 아쉬운 것이
생각이 날 수 있죠.
하지만 그런 말을 하고
거기에만 너무 매몰이 된다면
그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학교 유명하죠?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저 대학만 가면 인생이 펴진다
라는 마인드도 많죠.
(제가 입시를 안 치루는지 오래되어서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학벌에 대한 줄서기가 완화가 되었다해도
좋은 학교를 가고 싶은 마인드는
여전하다고 느껴지네요)
하지만 만약에
서울대를 가고 싶었는데
연세대를 간다면?
에이. 그래도 둘 다 최고인데
잘 살겠지?
음....저의 예전 기억에서는
아닐 수도 있고
오히려 더 큰 불행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드네요.
고3때 학원 수학강사분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오셨습니다.
"문과인데 어떻게 수학강사를 하냐?"
본인 피셜, 97수능 당시에는 문이과통합이었고
자기도 과외로 돈 벌어먹다보니
문이과 전부 다 가르치게 되었다고 하네요
여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연세대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학과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분한테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분은 서울대 법대를 너무 가고 싶으셨습니다.
본인 증언으로는 당시 수능도 0.몇프로 대로 할만큼
공부도 상당히 잘했고요.
당시의 말로는
'서울대 법대빼고는 나머지는 올패스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법대에 너무 꽂힌 나머지
다른 곳은 지원하지 않았고
결국 고배를 마셨습니다.
연세대는 생각도 안했지만 그냥 좋은 학과라해서
일단 넣고보자는 마인드로 넣었고
이후 서울대랑은 멀어지게 되었고
연세대에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자격지심이 정말 강했습니다.
내 집이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서울대는 국립이잖아.
난 그런것도 모르고 연대를 넣어서
학비 마련한다고 과외뛰고...
그 때 누군가 서울대 다른 학과넣으라고 알려줬다면..
내 동기들은 돈 많아서
과외적당히 뛰고 학점따서 잘갔는데
난 인생 개꼬여서 지금 강사나 하고 있다.
내가 과외를 갔는데
학부모가 19만원 부르더라고.
이거 받고 어떻게 하냐고 말씀드리니
서울대는 23만원이니깐
연세대는 그정도 받으면 되잖아요?
이거 듣고 개서럽더라
서울대 나온 애들 중에
학과 사기치는 놈들이 많아서
과외도 힘들었다.
농기계공학과 나온 애들이
'농'자를 교모하게 발음안해서
기계공학과라고 사기칠 때
기분 개 잡칠뻔했다.
수능도 나보다 못본 놈들이
대학 간판하나로 그러는 거보니
기분이 너무 열받더라
실제로 수업때 들었던 말입니다.
8년이 지나도 기억이 남을정도로
자주했던 말이었죠.
학생때는 사회가 부정적이어서
저 사람이 저렇게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고
그 때를 다시 회상해보니
불쌍하고 안타깝고 딱한 이야기이지만
왜 이미 다 지난 일에 자신을 매몰시키는지
자신의 가치를 깍아내린다는 점에서
아쉬운 게 많이 느껴졌습니다.
학벌이라는 게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전히 큰 요소인 것은
저 역시나 인정합니다.
저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학벌이 높은 사람이
취업이 더 잘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높은 학벌의 출신들이
취업에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걸
깔끔하게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학벌에 매몰되는 순간
저는 저 강사님같은 삶이 될 것이라고 상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대학 나와서 지금 안 좋은 회사 다니네'
이렇게 말을 하는 절 상상해봤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한테 위로는 받을 수 있겠죠.
우리나라의 그지같은 학벌사회가 문제다.
취업이 잘 되는 사회를 만들든가!
하지만 그게 전부일겁니다.
저런 한탄에 빠져있는 들
결과가 조금이라도 바뀌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말을 잘해서 유튜브에 영상찍어서
'한국사회를 규탄한다'
이렇게 올린다쳐도
과연 그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제가 학벌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버린 이유 중 하나는
인연도 있습니다.
저는 학부생시절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교수님들,친구들 등등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벌을 까내리는 순간
이 인연들마저도 깍아내리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학벌이 문제가 되었다면
진즉에 바꿀 기회가 많았습니다.
수능을 다시 치룬다거나
편입을 한다거나
아니면 학벌이 문제라면 자퇴해서
다른 루트를 알아본다거나
하지만 저는 학부를 졸업하는 걸 택했습니다.
초기에 학교를 택한 건
수능점수라는 반 타의적인 것이었지만
졸업까지 한 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으로 좋은 인연을 얻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취업때문에 저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제가 그동안 얻은 걸 생각하고 저런다 생각하니
사람이 참 없어보인다고 해야할까요
그래서 마인드를 확실히 잡았죠.
'학벌때문에 손해를 볼 순 있지만
내가 이것 때문에 불이익받았다는 소리 안나오게
내가 더 열심히 하자'
그래서 취업준비 한 7~8개월만에
지금은 좋은 회사에 입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마인드를 갖춘 덕분에
코시국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잘 헤처나갔던 것 같네요.
사람은 후회할 수 있고
아쉬워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매몰되는지 아닌지는
그 사람의 능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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