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시드는 대중성이 좋지만
비판점도 많은 작품입니다.
특히나 캐릭터들의 설정이
지나치게 위선적이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가 하필
메인 캐릭터에 일어나고 있으니
이는 만화에 대한 몰입도마저 방해합니다.
시드의 논란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 지점.
바로 히로인 라크스 클라인.
극중에서는 분명
전쟁을 끝내는 성녀로 묘사가 되지만
과연 진짜 성녀일까요?
시드 상에서 첫 등장은
조난신고를 보낸
구명탈출포드에서 나오는 장면부터입니다.
여기서 라크스는
키라의 군복마크를 확인하고 나서야
'여기가 자프트 배가 아니군요'
라면서 난색을 표합니다.
군복 디자인만 봐도
지구연합과 자프트가 확연히 구분되는데
마크를 보고서야 겨우 구분한다는 걸 봐서는
'전쟁과 상당히 떨어진 삶을 사는구나'
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라크스의 설정은
'자프트 높으신 분의 딸이지만
전쟁과는 멀찌감찌 떨어진 아이돌'
높으신 분의 딸에다가
뛰어난 외모와 노래실력으로
자프트 내에서 아이돌로 유명.
라크스가 조난당한 경위를 살펴보면
1. 유니우스 7 조문으로 방문.
2. 지구연합과 갈등생김.
3. 간싱히 라크스만 탈출.
지구분들이
화를 가라 앉혔으면 좋겠다는 말을 보아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분위기.
그리고 아크엔젤에서 험한 꼴을 당합니다.
코디네이터를 극혐하는 프레이한테
인사 한 번 했다고 쌍욕을 먹고
아버지 배가 격파되려하자
죽이겠다고 공갈협박까지.
그러다가 아스란의 절친인
키라의 도움으로
다시 안전한 곳으로 갑니다.
그래도 나름 똑부러지는 성격.
라크스를 반환받자마자
크루제 부대가 공격을 시도.
하지만 라크스는
'평화단인 내가 있는 곳에서
전쟁을 일으킬 거냐?'
라면서 병력을 물리라고 설득하죠.
이 장면만 보면
자프트 내에서 라크스의 위치가
상당히 높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 뒤, 잠깐 모습이 나옵니다.
아스란이 방문하자
키라는 뭐하냐고 물어보는 등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시드 후반부부터는
반역자로 몰리면서까지
패트릭 자라에 대항합니다.
자프트 내에서
그녀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
'클라인 파'가 생겨나죠.
그리고 이제는 직접
이터널에 탑승하여
직접 전장을 눈으로 바라봅니다.
중간중간에 명연설까지 하면서
자프트 군에게
싸움을 중지시켜달라는 설득도 합니다.
데스티니에 와서도
최전방에서 평화를 선포하는
잔다르크같은 포스를 풍깁니다.
사실 이 전개부터가 비약적입니다.
세상물정 몰랐던 라크스가
갑자기 전장의 1선에 나선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전장에
무서움이 없다는 것부터 비약입니다.
군복조차 구분못했을 정도로
전쟁과 멀었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바뀐 걸까?
현실로 치면
최정상 걸그룹이
전쟁지역에 직접 몸을 나서는 느낌.
감독입장에서는
'라크스는 미쳐돌아가는
자프트에 대항하는 성녀'
라는 이미지를 줄려했지만
실상은 국가반역자.
우선, 여기 프리덤을 넘기는 장면부터.
어떻게 된 건지
자프트 최고 기밀인 프리덤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 자신의 정치적 힘으로
프리덤의 존재를 파악한 듯 하네요.
그리고 이걸 키라한테 그냥 넘겨줍니다.
국가기밀이 무슨 애들 레이싱카도 아니고.
필요하다고 막 주는 게 아닌데
필요해보인다고
무단으로 프리덤을 넘겨줍니다.
평화의 노래라고 포장해버리는 클라스.
이게 물증까지 남았으니
패트릭 입장에서는
당장 국가반역의 혐의를 씌워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패트릭은
스핏브레이크에 대한 실패로
정치적으로 공격받고 있었습니다.
지구군의 중심이
자프트의 주력을 투입하는
대규모 작전을 벌였지만
어떻게 된 건지 지구군은
미리 이 사실을 캐치하고
지하에 사이클롭스를 설치하여
자프트의 주력을 궤멸시켜버립니다.
작전발동 직전에
파나마에서 알레스카로 틀어버릴 정도로
큰 변화구를 주었는데도
이 정보가 흘러갔다는 게 패트릭 입장에서는 말이 안되는 상황.
마침 라크스가 최고 국가기밀인
프리덤을 무단으로 뺴돌렸으니
국가반역죄라고 주장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죠.
그래도 아스란이 약혼자니
라크스를 설득해보려고 찾아가지만
오히려 당당한 라크스.
다 들었으니 온 거 아니냐면서
초장부터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궤변을 설파합니다.
난 스파이 짓은 안 했다.
다만 키라한테 프리덤을 넘겼을 뿐.
라크스의 말을 변호하자면
'나는 지구군과 내통한 스파이는 아니다.
단지, 키라한테 신형기를 넘겼을 뿐이다'
그러니 스파이 혐의는 없는 거지만
이미 프리덤을 뺴돌린 것 자체만으로도
국가반역자라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아스란에게 싸움의 이유를 생각하라고
갑자기 데카르트 급 철학자가 됩니다.
국가 기밀을 빼돌리고
이게 무슨...
여기서 주저하는 아스란도 킬포지만
저렇게 국가기밀을 훔쳐나고도
저런 말을 한다는 게
객관적으로 보면 모순된 느낌.
데스티니 와서는
국가반역 행위가 더 심해집니다.
자프트의 기밀 설계도를 어떻게 훔쳐와서는
스리덤과 인저를 설계하게 만들죠.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자프트 본국으로 돌아갈 가이아도
중간에 강탈해서 쓰고 있고
심지어는 양산기 개발까지 개입합니다.
원래라면 자프트의 차세대 주역기는
돔 트루퍼였습니다.
하지만 설정에 의하면
클라인파의 뒷공작으로
구프 이그나이티드가 올라가고
돔 트루퍼는 설계도를 빼돌려
클라인파가 썼다는 것.
구프 이그나이티드는
양산기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중 비행능력이 있긴 하지만
자쿠보다 범용성도 낮고
장거리 전투에서 활약하기 힘듭니다.
그렇게보면 라크스의 개입으로
자프트의 전력도 약해졌다 볼 수 있죠.
여기까지는 그나마
'자프트의 막장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막장으로 대응했다'라는 식으로
어떻게든 커버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라크스의 메인인 평화의 메세지.
라크스의 말은 평화를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어떻게 평화를 만들지'
구체적 설명이 부족합니다.
라크스의 말을 분석하면
'서로 죽고 죽이면
원수는 원수를 낳을 뿐.
싸움의 연쇄만 만들어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라크스는
'왜 서로 죽고 죽이는가'
'어떻게해야 다시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민족,종교 등
오랜 세월 분쟁을 겪고있는 지역으로 가서
'우선 대화로 풀어봐요'
라고 말한다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아마 그 지역 사람들이
'그래. 이러다가 싸움이 끝나지 않지'
하고 총을 내려놓을까요?
아니면 '니가 뭘 안다고 그래!'
라면서 총을 맞을까요?
데스티니에 와서도 딱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데스티니에서는 길버트 듀란달의
데스티니 플랜에 반대하면서
세력을 이끌어서 승리하지만...
그래서 얘네들은 대책이 있냐?
라고 하면...
사실 잘 모르겠네요.
만화 어디에도 그런 단서는 없습니다.
마지막에 포옹하는 장면을 보면
주변이 전부 자프트 인물입니다.
지구연합 군복은 물론이고
오브출신도 없습니다.
그나마 아스란이 오브 군복을 입었지만
자프트 출신이니
사실상 자프트만의 파티인 셈.
시드 세계관의 주된 갈등이
'자연적으로 태어난 내추럴과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코디네이터.
둘 간의 열등감과 우월의식이 만든
생물학적 갈등'입니다.
이 문제는 어떤 점에서는
정치,종교보다 풀기 난해합니다.
정치,종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물학적인 차이는 현실적으로
눈에 바로 보입니다.
설정상 코디네이터쪽이
운동신경,학습능력 등
모든 면에서 앞서 있습니다.
그나마 번식능력이 문제가 있다는 건데
이마저도 만화에서
엄청 짧게 언급하고 있으니
사실상
모든 부분을 앞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갈등의 뿌리는 외면한체
단순히 평화만을 외쳤으니
라크스의 평화는 과연
누굴 위한 평화인지.
라크스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로
건담W의 리리나 피스크래프트가 있죠.
둘의 역할이 비슷합니다.
원래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다가
세계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 됩니다.
리리나도
비약적인 성장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연기했던 성우조차
'도저히 캐릭터의 생각을 모르겠어요'
라면서 난향을 겪을 정도.
그나마 리리나쪽은
라크스보다는 근거가 많은 편.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자신이 원래
피스크래프트 가문의 딸임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닥터J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견문을 넓힙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에게
총을 바로 겨눠서 쏠 정도로
정신적으로 강해졌죠.
롬펠러 재단 앞에서는
팩폭을 날릴 정도.
이후, 부활한 피스크래프트의 수장이 됩니다.
철저하게 완전 평화를 제창하기 위해
군대도 만들지 않을 정도.
겨겨우 노인과 콰토르가 설득해서
방위권 정도만 겨우 만들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갑니다.
그리고 피스크래프트가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신변을 넘기면서까지
완전평화주의라는 이념을 지킵니다.
이런 영향으로 퀸 리리나가 됩니다.
원래는 단순한 롬펠러 재단의 상징이었지만
영향력이 강력해져서
롬펠러마저도 곤란해질 정도.
TVA행적만 보면
'완전평화주의라는 이상만 쫒는
다소 고지식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OVA에 와서 조금 바뀝니다.
여전히 완전평화주의를 따르지만
대중에게
'평화는 누군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얻어야한다'
라면서 대중의 참여를 독려했죠.
이건 대중을 싸움에 참여시키면서
이상적인 완전평화주의에서는 어긋나지만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현실성이 반영이 되었죠.
두 캐릭터가 포지션과 성향은 비슷하지만
리리나쪽이 성장의 근거가 좀 더 많고
현실성있는 면모가 좀 더 많은지라
라크스쪽이 많이 부실해보이네요.
건담 시드에서 라크스는
스토리를 지배하는 핵심 인물입니다.
하지만 감독의 욕심으로
설정을 과도하게 집어넣고
이야기를 억지로 이끌다보니
빛좋은 개살구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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