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은 말,글의 요점을 잡아 간추린다는 뜻입니다.
문해력이 좋은 사람은
아무리 길고 어려운 글이 주어지더라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죠.
그 사람의 요약은 그 사람의 해석이지,
저의 해석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요약'만 보고 모든 걸 파악했다 착각합니다.
심지어는 '3줄요약 좀'하면서
긴 글을 읽으려 하지 않으면서
'이제 다 이해했다'라는 지적 허상만 차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학 왜 배워요?
철학 그거 별거 아니잖아요?
소크라테스 너 자신을 알라.
칸트 순수이성비판.
애덤스미스 보이지 않는 손.
이 간단한 걸 철학과 학생은 왜 4년동안 배워요??"
예전에 어떤 후배가 자신의 수준이 낮음을 대놓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철학과가 아님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왜 남의 학문을 저렇게 간단하게 생각할까?
본인은 소크라테스 변명조차 제대로 읽은 적은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왜 나왔는지를 알아볼 생각은 했는가.
이런 지식에 대한 오만은 역시나 다른 영역에서도 나왔습니다.
하루는 전자회로(반도체회로)를 공부하고 있는데
자료를 쓱 보더니
"회로 왜 배워요? 그거 컴퓨터가 계산해주던데?
직렬 병렬 그걸 누가 몰라요?
그거 배울바에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라도 더 배우는게 이득 아닌가요?"
라는 정신나간 소리를 했습니다.
그럼 직렬 병렬 저항과 cap의 차이를 아냐고 물어보니
"그거 서로 반대잖아요?
그거 외우면 그만인데 개 쉽잖아요?
5분이면 아는걸 왜 그렇게 쓸데없이 공부해요?"
과연 전자과 학생들이 '그런 개 쉬운 걸'몰라서
2~3년가까이 회로를 공부할까.
직렬 병렬을 몰라서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걸까.
물론 회로과목을 크게보면
'직렬 병렬 분석'이라 볼 수 있겠지만
왜 이걸 분석해야하고
각 소자가 다를 때 이런 계산을 왜 해야하는지를 공부합니다.
이런 과정들을 전부 무시한 채
'내 세계에서는 별거 아닌걸
저 사람들은 낑낑대면서 시간낭비하네'라고 하는 것만큼
자기 자신의 모자름을 표현하는 방법이 또 있을까요
대학,중용 완역본을 읽었습니다.
혹자들에게 중용을 물어보면
'중간만 한다'라고 잘못해석합니다.
중용이 의미하는 바는
'치우치치 않음'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계속 닦아나가야하고
그러기 때문에 '성실함'이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즉, 중용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 곳에 치우치지 말기 위해서 성실함이 필요하다'입니다.
단순히 요약문에서 느낄 수 없는 문체들을 보면서
왜 중용이 오늘날 필요한 덕목인지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알약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요약'해서 전달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 등등.
하지만 우리는 '요약'되지 않은
음식을 더 좋아합니다.
여러분의 지식은 알약인가요 음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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