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학사수준'은 안 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할 때에

"어떤 직무는 학사 안 뽑는다"는 카더라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들면 회로설계의 경우에는

"학사 수준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많습니다.

물론 현직자들 중에서는 "학사도 많이 뽑는데요?저 학사임"이렇게 말을 해도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이런 말을 듣다보면 괜히 불안감만 듭니다.

그리고 면접에서 탈락하면

"학사수준으로는 안 된다"라는 엉뚱한 피드백을 내놓습니다.

이런 현상 때문인지, 요즘에는 '학사수준'하면 되게 부정적인 느낌입니다.

저 말에는 '대학만 다녀서 제대로 아는 것 없는' 걸로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럼 '학사수준'이라는 의미는 대체 뭘까요?

 

교과과정을 살펴보면서

 

제가 졸업한 전자공학과 교과과정 중에서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공과목을 모두 가져왔습니다.

저는 학사를 졸업했습니다. 그러면 '학사수준'이겠죠?

최소한 제가 들은 과목에 한에서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들은 과목, 과연 100% 이해하고 있을까?"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개발자 취업상담방송을 보다가

"학사수준에서는 힘들어서 석사를 하려고하는데..."라는 글도 종종 봤습니다.

그때마다 그 분께서 컴퓨터공학과 교과과정을 가져오시고

"본인 전공 컴공이시겠죠?이거 학부 교과과정이예요.

(특정 과목 하나 찍고)이거 이해 다 하셨어요?

저는 일한지 10년이 넘어가도 아직도 이 내용 다 모르는데 다 이해하셨나요?

학사수준에서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이 내용들 다 아신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이 말을 듣고, 저도 궁금해져서 전자과 커리큘럼을 쭉 봤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A를 받은 과목조차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너 이거 A받았으니 잘하겠네?시간주면 이 내용 복기해서 가르쳐봐"

라고 요구한다면 못할 거 같은 내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수학관련 과목은 이론위주라 넘어간다 치자.

그러면 다른 것들은??

그래, 하다 못해 직무관련 전공들은??

학부때 데이터전공 과목을 들었고

현재 통신관련 업체에서 sw를 만지고 있지만

여전히 통신에 대해서 배워야하는 입장임을 깨닫고

아직도 학부수준을 제대로 이해못했음에 부끄러워집니다.

 

학부수준에서 안 된다는 분들.

혹시 여러분들 커리큘럼보고 하나하나 제대로 설명하실 수 있으신가요??

 

 

학부수준의 활동은 의미가 없다?

 

한 후배가 면접에 떨어진 후

'학부 수준에서 했던 활동들은 애매해서 어필이 안 되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말은 본인 스스로가 

'난 학부에서 학점만 따기위해 대충 배웠고

적용한답시고 대충 설렁설렁했어'라고 자백하는 꼴입니다.

위에서 제가 설명한 '학부수준'의 개념을 정의하면

절대로 저런 표현이 나올 일이 없습니다.

물론 '아직 배움이 부족해 시행착오가 많았다'는 있을 수 있죠.

학부 전공을 아무리 잘 배워도 막상 관련 프로젝트하면

적용하는데 힘들어서 갈피를 못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부에서 배운 게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학부연구생,공모전,인턴 이런 활동들.

다 전공관련으로 배운 게 있을거예요.

그게 없다면 본인 스스로가 눈뜬 장님이 아닐까요?

 

 

석사하면 학부전공 이해수준이 올라가는가?

 

 

여기까지 읽어도, 혹자들 중에서는

"학부때는 시험에만 몰두하기에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러니 석사로 깊게 공부해야한다"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역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석사를 공부하면 학부관련 모든 전공에 대한 깊이가 생깁니까?"

위에서 말한 '학부수준'은

'학부때 수강한 과목들을 모두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석사를 하면 특정 전공의 한 분야만을 연구합니다.

예를들면 회로설계관련으로 석사를 마치면

아날로그 회로 중 RF회로관련으로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회로설계관련으로는 학부보다 더 뛰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전공들은 연구와 크게 관련이 없다면 그대로일겁니다.

 

예전에 취업준비때, 제가 회로설계쪽 희망한다고하자

"회로설계는 학사 안 뽑아요. 좀 알고나 이야기하세요"

라고 말한 석사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그러면 회로설계관련으로 잘 알고있었냐?

전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연구한 반도체 공정 특정 분야는 잘 알고있었지,

회로설계에 대해서는 학사인 저보다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를 알았냐면,

"회로설계는 학사 안 뽑아요. 최소한 이 정도 지식은 있어야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한 것들을 다 읽어보는데 전부 다

"이거 회로설계 과목 어디서 몇 단원에서 배운 것들이잖아?"

라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학부수준은 안 된다(X)

지금 내 수준이 부족하다(O)

 

 

군자는 자신에게서 문제원인을 찾는다 합니다.

탈락하고 학부수준에서 안 된다하면

문제원인을 간단하게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인생 18!"하면서 술이나 찾는 엔딩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뭐가 부족한 걸까?'를 고민한다면

스스로 뭘 해야할지 감을 잡아가실 수 있습니다.